[너는 나의 봄] 이안 체이스 vs 주영도 - 이안의 시선
'너는 나의 봄' 11화에서 이안 체이스가 드디어 주영도와 둘의 과거 인연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항상 자기 할 말만 하고 대화를 회피하던 이안은 드디어 대화 비슷한 걸 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이안은 자기 속내를 완전히 드러내지는 않네요.
이번 글에서는 과거 이안과 영도가 상호작용하는 장면들을 되짚어 보고 이안의 생각을 추측해보고자 합니다.
나눔제일기도원
첫 만남
"난 주영도야. 넌 이름이 뭐야?"
"그 딴거 없어도 돼"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모든 것을 잃은 이안. 가족도 심지어 자신의 이름마저도.
'내 이름은 최정민... 이었다. 동생과 나, 우리의 이름.'
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최정민'은 동생의 이름이고 이안에게는 이름이 없다고 합니다.

"원래 이름은 사람마다 한 개씩 있는 거고, 최정민은 네 형제 이름이야. 너는 이름이 없어."
"그리고 이제 걔는 네 동생도 아니야. 그리고 이제 그 사람은 네 엄마도 아니야."
'가족도 형제도 이름도 이제 없구나. 나에겐 아무것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그곳에 나타난 주영도는 다른 아이들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처음엔 그런 모습이 이안에게는 한심해 보였던 것 같습니다.
너도 버려진 거야
'자기가 버려진 줄도 모르고 얼굴에 여유가 가득하구나. 나도 처음엔 몰랐다. 나처럼 너도 버려진 거야 바보야'
하지만 금세 이안도 깨달았습니다. 영도는 정말 다르다는 것을요.
개인 칫솔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이곳에서 영도는 개인 칫솔을 사용했고,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맛있는 식사가 제공되었습니다. 영도에게는 자기 반찬을 다른 아이들에게 나눠줄 여유도 있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영도에게는 돌아갈 가족이 있었습니다.



이안은 그런 영도가 부럽고, 미웠을 겁니다.
어느 술집 화장실
두 번째 만남

고등학생 이안은 어린 시절 자신을 학대하던 남자를 우연히 만나 또 폭행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가 죽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현장에서 벗어난 이안은 어느 술집 화장실에서 옷에 묻는 피를 씻어내다가 대학생이 된 주영도와 마주치게 됩니다.
술집 화장실 가긴 전 이안의 상황은 링크된 글을 참고 바랍니다.
[너는 나의 봄] 떡밥 다시보기 - 최정민 & 이안 체이스 (2편 上)
tvn 드라마 '너는 나의 봄' 5화에서 최정민(채준)과 이안 체이스의 고등학생 시절을 잠시 보여주었습니다. 엄청난 단서가 될 것 같은 이 둘의 고등학생 시절 이야기를 주제로 이번 2편에서는, 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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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영도를 알아봤습니다. 영도는 이안을 알아보지 못했어요. 그렇게 둘은 말없이 서로 바라만 보다가 영도가 나가면서 둘의 두 번째 만남은 짧게 끝이 났습니다.
'나는 아직도 지옥에서 사는 것 같은데, 넌 여전히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밝은 하루를 보내고 있었구나'
이때 이안은 영도를 보면서 또 한 번 상대적 박탈감 등 좋지 못한 감정을 느꼈을 것 같네요. 이안의 상황은 너무나 안 좋은 반면, 영도는 대학교 친구들과 놀고 있던 중이었으니까요.
가학성을 유도하는 트라우마
주영도의 논문
성인이 된 이안은 쌍둥이 동생 최정민의 죽음에 대해 알아보다 다시 주영도와 마주하게 됩니다. 그러다 주영도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써 병원에서 강의하는 것을 본 후 흥미가 생겼는지 영도가 쓴 논문 중 "가학성을 유도하는 트라우마"를 찾아 읽게 됐습니다.
우리는 아주 사소한 구원의 손길조차 닿지 못했던 이 사회의 가장 어둡고 약한 존재가 범죄자로 발화하는 순간을 찾아내야 한다.
영도의 논문 "가학성을 유도하는 트라우마" 서문 中
이안은 '사회의 가장 어둡고 약한 존재'였던 자신의 과거 모습을 떠올렸을 겁니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 함께 있었지만 자신과는 달랐던, 자신을 외면했던 주영도를 떠올렸을 겁니다. 그런 영도가 이제 와 구원을 얘기하다니 가소롭게 느껴지고, 또 한편으로는 이런 영도라면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의문이 들었던 것 같아요.
영도의 말처럼 이안은 구원의 손길이 닿지 못했던 약한 존재였고, 남들처럼 살고 싶어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죠.
[너는 나의 봄] 주영도의 논문 - 가학성을 유도하는 트라우마
'너는 나의 봄' 11화에 이안 체이스가 노현주 변호사에게 부탁해서 받은 주영도의 논문이 등장합니다. 이안은 해당 논문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해당 논문의 저자인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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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지 경찰서 취조실
그래서 이안은 주영도를 만나 묻습니다.
그곳에 남겨진 게 당신이었어도,
당신이 나였어도 지금처럼 말할 수 있었을까?
이안은 가족에게 버려져 모든 것을 잃고 "나눔제일기도원" 그 끔찍했던 곳에 남겨진 자신과는 달리 아빠의 손을 잡고 그곳을 나온 영도의 그 말이 정말 진심인지 확인하고 싶었을 겁니다.

자신이 피 범벅이 된 옷을 공중 화장실에서 빨고 있을 때, 친구들과 즐겁게 술 마시며 놀던 영도가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진짜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던 것이죠.
"당신이 이제 와 구원이라는 말을 떠들고 싶었다면
그때 그런 눈으로 거울 속을 보면 안 되는 거였고
그런 모습을 보고도 그냥 나가 버리면 안 되는 거였고"
이안의 말에 영도는 차분하게 대답합니다.
"아까 질문에 대답해 드리자면, 그곳에 남겨진 게 나였어도 나는 똑같이 말할 겁니다.
과거에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금도 내칠 필요는 없으니까
그게 지금 당신이라도 도움이 필요하다면 나는 도울 겁니다."
영도의 이 말을 이안은 끝내 믿고 싶지 않았던 모양인지 이렇게 말합니다.
도움은 필요 없습니다.
이안만큼 어두운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사실 영도 역시 이안처럼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점이나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겪었다는 점, 등 쉽지 않은 삶을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과거 이안에게 보인 영도의 모습은 늘 밝은 모습이었기 때문에 자신과 너무나 다르게 느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영도의 진심을 믿기 쉽지 않은 것이겠죠.
자신의 과거 잘못으로 인해 발목이 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이안. 그런 상황 속에서 이안은 영도에게 무엇을 바라는 걸까요?
영도가 자신처럼 살았다면 똑같았을 거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안을 얻기 위해 확인하고 싶었을까요?
영도라면 자신을 이해하고 이 절박한 상황에 구원의 손길을 뻗어주길 바라는 걸까요?
아직은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둘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이안의 속마음은 작성자의 상상으로 작성한 것으로 제작진의 의도와 다를 수 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ssambapig)에 직접 작성한 글을 옮겨왔습니다.